미국 압박 속 중국에도 손 내민다…첫 '문민 국방장관' 등장
[새 정부 이렇게 바뀐다] '실용 외교' 앞세워 중국·러시아도 '관리'
'국방 문민화'로 군 개혁…전단·확성기 중단 등 남북관계 정상화
- 최소망 기자, 정윤영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정윤영 김예원 기자 = 국익 추구를 원칙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이재명표 '실용 외교'는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가치 외교'와 차이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밀착에 집중했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유연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앞세워 군 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확인된 군 위계질서의 오류를 군에 대한 문민 통제 강화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64년 만에 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고, 육·해·공군의 참모총장 임명 때도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방장관은 군의 엘리트 집단인 육사 출신이 도맡아 왔다.
대북정책은 이전 정부와 가장 상반된 기조의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서 벗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남북 연락채널 복원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다만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한국에 적대감을 높이고 있는 북한의 호응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외교·안보의 중심축"이라며 한국 외교의 중심축인 한미동맹의 기반을 흔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한 한미일 협력 역시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과 한미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미국에 '끌려가지 않는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전 정부에서 크게 개선된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한일 간 마찰의 소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와 협력을 투트랙으로 분리해 접근하겠다"라고 밝혔는데, 일본이 이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선 분명한 노선 변화가 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 중 하나"라며 전략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도외시하면 안 된다. 지금처럼 불필요하게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대러 제재 동참, 북러 군사 밀착으로 갈등을 빚은 러시아와의 관계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북러관계가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실용적 관계를 복원하겠다"라고 밝혀 우크라전 종전 이후 한러 간 접촉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세와 안보 문제에 있어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 경우, 또 미국이 한중관계 개선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대중 견제 동참을 요구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 백악관은 이 대통령의 취임 직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중국의 개입을 우려한다"는 이례적인 반응을 내놨는데, 중국과도 잘 지내겠다는 이 대통령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방 분야에선 군에 대한 '문민 통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군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방부 장관을 군 출신이 독점해 온 관행을 깨고 64년 만에 민간인 국방장관이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첫 번째 사명으로 '내란 극복'을 꼽고, 선거 유세 중에도 "국방장관은 민간인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하는 등 비(非)군인 출신 장관 임명을 통한 군 문민화가 군 개혁의 최선의 방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은 지난 1961년 장면 정부의 현석호 전 장관이 마지막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역대 정부에서도 몇 차례의 군 개혁이 추진된 바 있지만, 군 조직 내 민간인 비율을 늘리는 데 그쳤고, 지금까지 국방부 장관은 엘리트 집단인 육사 출신의 군 장성이 도맡았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육사 선후배 사이인 지휘관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군 문민화의 필요성을 부각해 왔다.
또 새 정부는 육·해·공 참모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 학연 등 사적 인연에 기반한 군 지휘부의 임명을 막고 군 인사의 폐쇄성을 완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민간인 국방장관으로는 5선 임기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보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동원된 부대의 임무와 역할도 재편된다. 특히 주요 정치인 체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등 12·3 비상계엄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국군 방첩사령부가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때 민주당 내부에선 방첩사의 정보 보안 기능은 국방부 정보본부, 감찰 기능은 국방부 감사관실, 방첩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넘기는 식의 '해체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 외에 선택적 모병제의 단계적 도입과 더불어 군 간부의 야근수당 정상화, 초급 간부 급여의 현실화 등 처우 개선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또 동원예비군 훈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예비군 훈련보상비(현재 2박 3일 기준 8만 2000원)의 현실화, 모든 공공기관에서 군 복무 경력을 호봉 산정에 반영하는 방안 도입 등도 예상된다.
새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은 대북 강경론을 앞세운 이전 정부와 가장 상반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압도적인 힘을 통한 평화 구축과 북한 비핵화'에 주력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평화와 협력을 내세워 포괄적·단계적 비핵화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남북관계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남북 연락채널 복원, 9·19 군사합의 복원, 대북 전단 살포 자제 및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대화를 추진하지 못해도, 냉각된 분위기를 빠르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북한이 호응을 해올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과거 민주당 정부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지난 2023년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이후 민족·통일 개념을 지우며 남북관계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고 밝힌 것은 역대 민주당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차별화된 점이다. 그간 민주당은 남북 대화를 위해 북한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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