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로 갈라지고 외교로 합친 60년…생기 돈 한일관계, 미래 향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년] ②"상호 간 노력 인정하고 도전과제 함께 풀어야"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일은 국교정상화를 위한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 과거사 문제로 충돌하면서도 외교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서 협력해 왔다.
기본조약 체결 이후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경제 협력 명목으로 5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조약 이후 한국의 산업화는 본격화됐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체결한 조약으로 일본군 강제 위안부,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 등 역사 문제를 둘러싼 외교 갈등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1998년 10월 체결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공동선언은 서명한 당시 양국 정상의 이름을 따서 '김대중(DJ)-오부치 선언'으로도 불린다.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고, 한국은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DJ-오부치 선언을 계기로 한국의 일본 문화 개방이 본격화됐고, 양국 민간교류도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3년 뒤인 2001년, 왜곡된 역사를 담은 일본의 우익 성향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사건은 한일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 일본의 우경화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 및 보상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갈등, 독도 영유권 문제 등 과거사와 영토 갈등은 정세에 따라 수위만 다를 뿐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02년 한일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것은 양국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류'에 대한 일본의 반향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한일 갈등은 반복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2주 만에 멀어졌던 한일 간 거리를 바짝 당겼다. 과거사 문제를 '덮지 않고 관리하되'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을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일본 역시 크게 호응해 나섰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 외교가 멈추며 제대로 기념하지 못할 뻔했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미래'와 '동반자'를 키워드로 새 시작점에 선 한일에 중요한 것은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함께 대응하며 상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일관계가 반복되는 과거사 논란을 넘어선 실질적 협력의 틀을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한일 합의와 정책의 일관성을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급격한 입장 전환은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미중 갈등 등 공통의 외부 환경도 두 나라의 협력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취임 선서식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고 공언한 이 대통령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관계에 부침은 있었지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은 분명 존재했다"라며 "고노 담화나 위안부 합의 등 일본 내 사죄나 입장 표명을 상호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가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일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시대"라며 "국제환경을 보면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이 있고, 지정학적·경제학적 환경에서도 한일은 거의 비슷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협력하고 공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사 문제를 관리하더라도 국민들의 역사 인식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당장 절묘한 해법을 낼 순 없다"라며 "과거사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아닌 시민사회 영역의 대화와 교류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역사 문제와 별개로 안보, 경제, 환경, 기술 등을 협력하는 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도 다 하는 것"이라며 "한일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협력이 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미래에 한일 양국이 함께 미래의 도전과제를 만난다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이를 타깃으로 삼는 협력 과제를 미리 설정하는 게 좋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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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이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과거사로 반목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에는 함께 대응해 왔다. 한일관계의 과거, 오늘, 미래를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