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 규모가 보름여 만에 1조원 넘게 쌓이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 56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1조 2903억원이 늘면서, 20조 원을 돌파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중 코스피에는 11조 5342억원이 쌓이며 지난 2022년 3월 23일(11억 5339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개인투자자의 '빚투' 추이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잔고가 늘면 투자자들이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대선 전부터 달궈진 코스피 지수가 최근 3000포인트 달성을 목전에 두면서 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끌어올린 코스피 상승세에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3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서 동참하고 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65조원 넘게 몰리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랠리 속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대세 종목의 빚투 증가세가 상당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5월19일~6월18일) 코스피 종목 중 두산에너빌리티(034020)·한전기술(052690)·현대건설(000720)의 신용거래 잔고가 가장 많이 늘었다. 원전주로 묶이는 이들 종목은 한 달 새 주가가 60~70%대 상승했다.

JP모건발 훈풍을 받은 카카오(035720)·LG씨엔에스(064400)·네이버(035420) 등 IT 업종도 신용거래 잔고 순증감 5·8·11위에 올랐다.

△한화오션(042660)(7)·에이치디현대미포(010620)(18) 등 조선업 △한화(000880)(16)·SK(034730)(14) 등 지주사 △현대로템(064350)(9)·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19) 등 방산업 △미래에셋증권(006800)(12)·카카오뱅크(323410)(15) 등 금융업 등도 20위권 안에 들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아직 투기장세까진 진입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1~17일)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잔고는 각각 4.6%, 7.1% 증가한 반면 코스피는 10.1%, 코스닥이 6.2% 상승하는 등 지수 상승률에 비해 신용잔고 증가율이 높지 않다"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성 자금이 만들어내는 과열 신호가 아직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리한 빚투는 지양해야 할 분위기다. 코스피가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단기 조정장이 올 가능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동 지정학 리스크 여파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외국인 수급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아무리 국내 증시가 여타 증시에 없는 고유의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이라는 재료를 확보했더라도 이익 전망 정체 우려, 관세와 지정학 불확실성 등 펀더멘털과 대외 변수를 도외시하는 것도 어렵다"며 "코스피가 3100포인트 이상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해당 레벨 위에서는 변동성 관리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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