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전력 소비가 AI(인공지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 센터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달리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은 각종 인허가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국내 전기 사용신청은 오는 2027년 7343㎿(메가와트)다. 반면 공급 가능 규모는 4718㎿에 그친다. 약 36%인 2625㎿(2.6GW)에 달하는 데이터센터용 전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허수 신청 사례가 포함돼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제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데이터센터는 대용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핵심 장치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되는 특성상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1개가 소비하는 전력은 6000가구(4인 기준)가 사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특히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당 전기 사용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 전력 수요 추정을 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용뿐 아니라 산업·주택용에서 쓰이는 전기 사용량도 폭등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전기 사용량은 지난해 6325GWh(기가와트시)에서 오는 2027년엔 약 10% 증가한 6961GWh로 예상된다. 2038년엔 9514GWh까지 폭등하게 된다. 앞으로 남는 전기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기 소비 증가 속도와 달리 인프라 조성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전력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기를 실어 나르는 전선로 사업 31곳 중 26곳 건설이 각종 인허가 절차로 지연되고 있다. 발전소를 짓고도 발전을 못 하는 전력은 최대 10.2GW다. 이는 원전 10기가 생산하는 규모로 송전망만 제대로 갖춰도 전력 대란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지연 사업으로 '500kV 동해안-수도권 HVDC(초고압 직류 송전)'가 꼽힌다. 해당 사업은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대규모 전력을 수도권으로 효율적으로 이송하기 위한 국내 최대 인프라 프로젝트다. 애초 준공 목표는 지난 2019년 12월이었다. 이후 인허가 문제 등으로 82개월 지연된 2026년 10월로 미뤄졌다.

업계에선 전력 소비량 증가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 없다면 블랙아웃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9월 '9·15 대정전'을 경험했다. 당시 전력거래소는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순환 정전을 시행했다. 최근 AI에 따른 전력 급증과 전력망 구축 지연까지 겹친다면 과거 사례의 재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지난달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가 전력망 확충은 국가 발전과 산업 경쟁력 문제"라며 "강건한 전력망 구축으로 산업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 부족은 AI 산업 확산에 따라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구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세계 AI 데이터센터 중 40%가 전력난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전력 생산 능력이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트너는 오는 2027년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지난 2023년 195TWh(테라와트시) 대비 2.6배 증가한 500TWh로 추산했다.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 사용 급증까지 더해진다면 데이터센터의 정상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때 전력망을 갖추지 못한다면 대규모 셧다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내는 지난해 기준 200개 넘는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MS(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이 각각 2개, 1개를 국내에 세웠다.

이달엔 SK그룹이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오는 2029년 2월까지 총 100㎿(메가와트) 정도의 규모로 완성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만 약 6만 장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브리풍' 열풍이 불던 당시 "챗GPT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우리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녹아내리고 있다"며 "모두 이미지 생성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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