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놀이하자" 의붓딸에 음란물 보여주며 성폭행한 계부
[사건의재구성]9살 때부터 6년간 성폭력…"동생들에게 똑같이 할까봐"
재판부 "패륜적·반인륜적 범죄"…징역 15년·전자발찌 20년 확정
- 강정태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아빠랑 재밌는 놀이하자, 이건 너를 사랑해 주는 방식이야."
지난 2018년 초여름 경남의 한 주거지에서 A 씨(40대)가 당시 9살이던 의붓딸 B 양에게 몹쓸 짓을 저지르기 전 한 말이다. 나이가 어려 성에 대한 인식이 없던 B 양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계부인 A 씨에게 성추행당했다.
2013년 B 양의 친모와 결혼한 뒤 B 양을 친양자로 입양한 A 씨는 평소 잦은 폭행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B 양이 자신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 점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
A 씨의 범행은 B 양이 나이가 들수록 점차 더 악랄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B 양이 12살이 됐을 때부터는 성폭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2022년 3월에는 집에서 휴대전화로 B 양에게 음란물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들도 딸과 아빠다, 이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며 성폭행했고, 지난해 1월에는 "용돈을 주겠다"며 방으로 데려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라면서 몹쓸 짓을 저질렀다. 이외에도 A 씨는 여러 차례 B 양을 성폭행했다.
B 양에게 6년간 악몽 같았던 시간은 지난해 담임 교사가 수사기관에 이 사건을 신고하면서 끝났다. B 양이 모친에게 피해 사실을 얘기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자 친구들에게 울면서 이 사건을 얘기했는데, 이 모습을 교사가 보고 상담한 이후 신고가 이뤄졌다.
B 양은 해바라기센터(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 조사에서 "신고를 생각했는데 내가 거부하면 여동생들에게 똑같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까 봐 동생들에게 미안해서 신고를 포기했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A 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간음)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지난 1999년 길거리에서 20대 여성을 강제추행한 뒤 금품을 뺏은 혐의(강도 및 강제추행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높음’ 수준으로 나타났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박성만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A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간 부착과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패륜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할 집에서 아버지에 의해 반복되는 성폭력에 시달려 온 어린 피해자가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 왔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동생들을 보호하려는 마음과 가정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걱정에 도움도 청하지 못한 채 홀로 그 고통을 감내했던 것으로 보이고, 계속·반복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원심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원심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민달기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부착 기간 B 양에게 접근이나 연락 금지를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수사단계에서 자신의 범행을 축소해 진술하려는 태도 등을 보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장기간의 부착 명령을 통한 재범 예방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해 지난 2월 원심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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