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관할 군부대의 동의 없이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진행 중인 도로 개설에 대해 감사원이 '적법하게 추진하라'고 지적했지만 지자체와 해당 건설사는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금호동 U대회도로 인근. 30여명의 인력과 콘크리트 믹서차량이 쉼 없이 들고나면서 도로 개설 공사가 한창이다.

건설 중인 도로는 내년 1월 입주가 예정된 900여 세대 규모 '위파크 마륵공원' 아파트와 주요 도로인 U대회도로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포함돼 민자(182억 원)로 조성한 후 광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건설 중이다. 2020년 6월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해 9월 착공했다.

문제는 도로 총길이 513m 가운데 230m가 군사시설제한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공군본부(제1전투비행단)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동의를 받지 못한 채 불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마륵동에 공군 탄약고가 자리하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212만㎡는 '탄약고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해당 구역에서 도로 개설이나 건축행위 등은 엄격히 제한된다.

개발행위를 위해서는 관할 군부대인 공군1전투비행단의 사전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1전비 협의 없이 공사는 시작됐고, 1전비 측은 공사가 진행 중인 마륵도로에 대해 지난해 6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도로개설사업 중지와 폐쇄를 광주시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공사 중단 시 민간사업자가 부담할 예정인 43억 원 중 아직 투입되지 않은 약 26억 원을 향후 광주시의 재정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사유를 내세워 도로개설사업을 강행하면서 군사기지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3월 "마륵도로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광주시에 통보했지만 이 역시 무시된 채 광주시의 묵인 아래 건설사는 도로 개설공사를 강행 중이다.

감사원은 현재 인가된 실시계획에 따라 마륵도로가 개통하면 군사기지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폭발물 안전거리 미준수로 폭발위험에 노출된 위험한 상태로 도로를 사용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 관계자는 "추후 1전비와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공군과 협의 없이 무단으로 공사가 계속 진행중인 데 대해 1전비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광주시와 서구청에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로가 이대로 개설되더라도 공군부대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준공승인이 나오지 않아 임시도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도로가 개설되지 못할 경우에는 아파트 사용승인이 불허될 가능성이 높고, 아파트 계약자들의 소송 등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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