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투표 보조 기준 제각각…사전투표 현장서 혼선
같은 장애에도 보조 허용 여부 달라
"일관된 지침 마련 시급" 지적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지체장애 1급 차지숙 씨(46·여)는 지난 29일 사전투표를 위해 광주 북구 중흥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손이 떨려 기표가 어려운데도 활동지원사와의 동행이 허용되지 않았다.
뇌병변 장애가 심한 김형국 씨(48)는 같은 날 북구 매곡동 대한적십자사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마쳤다.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장애인 유권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혼란과 제도적 미비점이 드러나고 있다.
투표소마다 상이한 기준 적용으로 인해 동일한 장애에도 보조 여부가 달라지는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있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 씨는 "손이 떨려 도장이 네모 칸 밖으로 조금 나갔는데 그냥 괜찮다고 해서 투표하긴 했다"며 "지난번 선거에서는 지원사와 함께 들어가도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도움이 필요한데도 혼자 하라고 하니 매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 B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B 씨는 광주 북구 두암3동 투표소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부됐고 결국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대신 기표를 도왔다.
장애인의 투표 보조 여부는 관련 법령과 선관위 지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해석과 적용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빚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자기 손으로 기표할 수 없는 경우 보조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신체적 장애를 동반하지 않으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부터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를 허용했지만 2020년 지침을 개정하면서 보조 대상에서 발달장애인을 제외했다.
김형국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회복지사는 30일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장애인 유권자가 투표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고려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투표 보조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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