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었지만 손님 뚝"…금호타이어 인근 악취·분진에 상인들 3주째 개점휴업
유동인구 끊겨 초토화…편의점·식당 '매출 0원'
소상공인 생계 호소, 보상은 '깜깜'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가게 문은 열었지만 손님은 없어요. 매출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여파로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화재 후 20여 일이 지났지만 인근 상권은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유동 인구가 사실상 끊기면서 인근 상권은 초토화된 상태다.
남편과 함께 10년째 장어집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유 모 씨는 4일 텅 빈 가게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식사 손님들로 북적할 점심시간이지만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이 없는 빈 식탁만 반복해서 닦고 있었다.
유 씨는 "단체 예약도 싹 다 취소됐고 주변 상가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영업피해 보상 등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17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노명자 씨(64·여)도 "공장이 멈추니 유동인구 자체가 없다"며 "오늘 점심도 손님이 딱 1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 급해 일단 청소했는데 분진가루 등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 추후에 공장 관계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62·여)는 화재 직후 24시간 운영하던 매장을 오후 6시까지만 열면서 하루 절반의 매출이 사라졌다.
분진과 연기 잔재가 가게 내부에 들어오면서 청소에만 수일이 소요됐고 이후에도 고객의 발길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식이면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당일은 물론 이후에도 악취와 분진이 계속되면서 빵집을 운영하는 정 모 씨(50대)는 밖에 진열하던 빵을 아예 포기했다.
정 씨는 "지나가던 손님들이 사가곤 했는데 지금은 내놨다가 비닐봉지가 시커멓게 돼버린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올라가던 시점이었는데 화재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세탁소를 8년째 운영 중인 박 모 씨(75)는 "주당 평균 70벌을 처리하던 빨래 건수가 화재 주간엔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손사래 쳤다.
화재로 인해 옷 위에 씌워놓은 비닐에는 분진가루가 수북하게 묻었고 연기 냄새가 배어 다시 세탁한 옷가지도 있다.
이틀간 매출 0원을 기록한 마트 업주 김경완 씨(70)는 화재 당시 안에 있던 야채랑 과일은 모두 폐기했다.
김 씨는 "일부 상가는 청소업체를 고용했다고 하지만 비용을 누가 내는지는 불투명하다"며 "결국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자체를 통해 접수된 화재 피해 건수는 지난달 28일까지 열흘간 1만 7900여 건을 기록했다. 주민과 상인 등이 건강 이상과 물적 피해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 측은 피해 복구 등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성용태 금호타이어 상무는 지난 2일 "화재로 인해 지역사회에 우려와 피해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다시 사과말씀을 드린다"며 "이로 인한 피해와 복구는 책임있는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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