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가까스로 파업 사태를 피한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을 재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기상여금' 처리 방식을 두고 양측의 견해 차이는 팽팽하다.

반면 파업까지 불사했던 부산·창원·울산 버스 노사는 잇따라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이들 결과가 갈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서울 버스 노사에도 변곡점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9일 서울시와 버스노동조합(노조), 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6일 송파구 모처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의 최종 교섭 결렬 이후 파업 직전까지 갔던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교섭 결렬 9일 만에 재개한 실무협의에서도 기존의 입장차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주 1회 양측 실무진이 정례적으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파업 대신 협상하겠다는 의지는 양측이 재확인했지만 실제 타결까지 이르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은 임단협 요구안부터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시 버스 노사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달라진 임금·단체협상 조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한 뒤 산출한 임금을 전제로 추가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임금은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등을 책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경우 최종 임금도 오른다.

반면 사측은 해당 판결을 계기로 현행 기본급·상여금·수당 구조인 복잡한 임금 체계를 기본급·수당으로 간소화하는 '임금 개편'을 우선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급과 수당 액수를 일부 조정해 지난해 평균 임금 총액 6200만 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성과급 개념을 없애는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한 뒤 임금 총인상률을 협상하자는 취지다.

서울시도 사측과 같은 입장이다. 시는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 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 중이다.

시에 따르면 노조 주장을 수용할 경우 지난해 시내버스 운전직 4호봉 기준 임금이 80만 원(15%) 늘어난다. 기본급을 8.2% 인상해달라는 당초 노조 요구안까지 반영하면 월 평균 임금 인상률은 약 25%에 이른다.

현재 노조는 사측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면 인상률을 0%까지도 낮출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서울시 버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를 놓고 대치해 왔던 지역 버스 노사는 속속 합의에 이르렀다.

부산은 지난달 28일, 창원은 지난 2일, 울산은 지난 7일 각각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하면서 파업을 철회했다.

부산 버스 노사는 전국 버스 업계 중 처음으로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한 뒤 이에 연동되는 수당까지 올리는 방식의 임금 협상을 이뤘다.

이에 따라 승무 운전직 4호봉 기준 월 임금은 지난해 324만 8953원에서 올해 475만 1672원으로 약 150만 원(46.3%) 올랐다. 동시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각종 수당이 오르면서 전체 월급은 지난해 512만 3645원에서 566만 716원으로 10.48% 상승했다.

울산도 같은 방식으로 합의해 월 급여 10.18%를 인상했다. 창원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차액분을 정상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임금 3% 인상 등에 합의했다.

반면 서울 버스 노사는 통상임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버스 요금 인상, 노선 개편 등 비용 절감 대책이 가동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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