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보호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경찰 차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복 등 재피험 위험에 놓인 피해자들이 통계와 제도 밖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청이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경찰이 스토킹 피해자에게 시행한 안전조치는 총 2만6079건에 달했다. 안전조치에는 △순찰 강화 △임시숙소 제공 △스마트워치 대여 등이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접근 금지 명령 등 경찰의 조치를 위반한 건수는 3150건에 달했다. 전체 안전조치 대비 위반률은 약 12.1%로, 10건 중 1건은 무력화된 셈이다.

피해자가 보호조치 대상이었음에도 사망한 사례를 살펴보면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 중 안전조치를 받고 있음에도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망한 피해자는 총 13명에 달한다.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도 이같은 경우 중 하나다.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전날(20일) 검찰에 넘겨진 윤정우(48)는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해당 여성의 집으로 침입, 경찰의 신변 안전조치를 받고 있던 이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했다.

이처럼 스토킹 범죄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보호 조치가 종료된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나 통계조차 전무하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김용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 중 사망 건수 통계는 2022년부터 운영 중으로, 과거 안전조치 대상자의 경우 별도 통계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보호 조치 종료 이후 오히려 보복 심리로 인해 스토킹 피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호 종료는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일정 기간을 두고 보복 범죄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경찰의 사후 모니터링과 통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여성변호사회 교육 이사를 지내는 정윤미 변호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스토킹 피해자 당사자의 의사는 존중하되, 사건의 경중에 따라 수사 기관의 판단 하에 피해자 보호 조치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보호 종료 이후에도 보복 심리로 인한 스토킹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매뉴얼을 만들어 사후 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용만 의원은 "현재 안전조치 대상자에 대한 사망 통계만으로는 전체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여성폭력 사망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보다 촘촘한 통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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