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캐나다)=뉴스1) 심언기 이기림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주 만에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 10여개 국과 정상회담 강행군을 하며 반년 간의 대한민국 정상 외교를 복원해냈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외교 노선 기치 하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발전 의지를 천명했다. 올 가을 예정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통상 협상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불만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정상회담 순연이 오히려 통상 협상 준비 시간을 벌게 해준 측면도 있다는 평가가 교차한다.

우리 정부는 향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계기 또는 방미 단독 일정으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일정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도착 당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정상과 양자회담을 갖고 정상외교에 첫발을 뗐다. 저녁에는 초청국 리셉션과 만찬 행사에 참여해 해외 정상들과 상견례를 가지며 접촉면을 늘려갔다.

이 대통령은 이틀차인 17일에는 브라질 대통령을 시작으로 유엔, 멕시코, 인도, 영국, EU, 일본, 캐나다 정상들과 릴레이 양자회담 강행군을 펼쳤다.

각국 정상들은 이 대통령의 당선·취임에 축하를 건네며 교류·협력 확대에 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인도 정상은 즉석에서 이 대통령의 가까운 시일 내 인도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호주 정상 등에게 올 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권유하는 등 APEC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자외교 특성 상 심도깊은 정상 간 협의가 어려웠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년 넘게 공전해온 대한민국 정상외교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는 점만으로도 큰 성과란 평가다.

김혜경 여사도 안정적으로 이 대통령을 뒷받침하며 성공적인 영부인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김 여사는 G7 초청국 만찬에서 각국 정상·영부인들과 교류하면서 이 대통령의 매끄러운 외교 행보에 힘을 보탰다.

또한 다자·양자 외교 일정으로 분주한 이 대통령을 대신해 캐나다 현지 교민·동포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호평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 복원을 알리는 성과가 있었다"며 "국제사회에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란 평가와 통상 협상에 오히려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흘러가자 G7 일정을 하루 단축해 조기 귀국했다. 일각에선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G7 참여국 불만이 속출하는데 대한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빠른 대면을 통해 관세 및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의 동력을 확보하려 한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날선 반응을 쏟아낼 경우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은 득 보다 실이 더 컸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또한 미국 측이 양해를 구했지만 정상 간 만남을 일방 취소하게 된 상황 자체는 미국 측에 빚을 지워놓게 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상들이 만나 큰 틀에서 관세 협의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자고 얘기했으면 서로 호혜적인 관계를 만드는 토대는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좀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부분에서 시간을 번 것은 우리에게는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과 외교 당국은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성사를 위해 미국 측과 재조율에 돌입할 전망이다. 오는 24~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상견례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다자회의 특성상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선 이 대통령이 별도 방미 일정을 잡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란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이 취임 2주 만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은 이번 G7 정상회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외교 기조 하에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30여 분간 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 복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좋은 출발점이고, 두 정상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며 "서로 오가는 일이 빈번하게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암초로 부상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현재와 미래 관계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 인식이 왜곡될 경우 이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한일 과거사 문제는 덮어두자는게 아니다"라며 "과거 문제는 과거대로 논하되, 과거 문제가 현재와 미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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