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김건희 녹취' 등장에 도이치 수사 후폭풍…檢 내부도 술렁(종합)
중앙지검 4년여 수사 끝에 무혐의…고검 재수사 두달 만에 새 증거 확보
'부실 수사' 논란에 검찰 내 불편한 기색도…딜레마 빠진 검찰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고검 수사팀이 재수사 1개월여 만에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면서 4년 넘는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내부에선 부실 수사는 없었다는 반박이 나온다. 또 대검찰청에선 서울고검의 보고를 받지 못해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와 곧 특검에 넘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수사팀(부장검사 차순길)은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하면서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의 대화가 담긴 육성 파일 수백 개를 확보했다. 해당 파일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1·2차 작전이 이뤄졌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통화한 녹취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해당 녹취를 통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두 달간 20억원을 맡기고 수익 40%를 배분하기로 한 정황 증거를 확보했는데,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의 수익 배분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는 김 여사가 범행에 가담했거나 인지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전 중앙지검 수사팀의 설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4년여간 수사 끝에 김 여사가 시세 조종을 인지하거나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당초 미래에셋증권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빠뜨리는 등 부실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내부에선 부실 수사는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수사팀도 미래에셋을 압수수색하긴 했지만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가 증권사 직원을 통한 전화 주문이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져 통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고, 파악된 이상 거래 관련 녹음파일만 선별해서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서울고검의 재수사 초기부터 수사 보안 사항에 해당하는 녹취 증거가 다수 발견됐다는 사실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한 일부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서울고검 수사팀의 성과가 강조되는 상황이 이전 중앙지검 수사팀은 마치 부실한 수사를 한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불만이다.
아울러 대검 일각에선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와 관련한 서울고검의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초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중앙지검'만을 대상으로 대검에 수사 상황 관련 보고를 하지 않도록 했는데, 대상이 아닌 서울고검도 재수사 관련 보고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검 패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총장에게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향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집중 수사할 김건희 특검팀에 중앙지검과 서울고검 수사팀 인력도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검찰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이 특검에 합류해 성과를 낼 경우 특검의 성과가 강조되며 부실 수사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어서다. 나아가 검찰 무용론과 검찰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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