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나흘 앞둔 지금, 유세차 소리와 뉴스 속 선거 구호에 잠 못 이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는 대선 캠페인이 단순한 피로감 차원을 넘어, 국민의 수면 건강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일 요제프 M. 지에르제브스키 미국 국립수면재단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성인 1364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질, 정치적 스트레스, 인구통계학적 특성 등을 포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가운데 17.2%(235명)는 "대선 캠페인이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를 미국 전체 성인 인구로 환산하면 약 4500만 명이 선거 때문에 잠을 설친 셈이다. 특히 이들은 주말 평균 수면 시간이 유의하게 짧았고, 자가 보고한 수면의 질도 낮았다.

수면에 대한 영향은 연령, 고용 상태, 자녀 유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자녀가 없는 가정(19.5%)은 자녀가 있는 가정(12.2%)보다, 실직자(21.4%)는 파트타이머(8.7%)보다 캠페인으로 인한 수면 저하를 더 크게 호소했다.

반면 성별, 결혼 여부, 교육 수준, 정치 성향은 수면 영향과 유의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는 특정 정당 지지층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 전반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정서적 반응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수면 질 악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정치 뉴스 과다 노출,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갈등적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여론전, 가족 내 정치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나친 위기감 조성이나 과장된 보도는 유권자의 수면, 정서, 사회적 안정에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선 캠페인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과정일 뿐 아니라 공중 보건의 문제로도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보자·정당·언론 모두가 선거 전략과 보도 방식에서 대중의 스트레스 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연구는 대선과 같은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단지 여론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 신체 건강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사례”라며 “향후 연구에서는 수면뿐 아니라 심리적 회복탄력성, 정당 신뢰도, 가족 내 정치 대화 빈도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교차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도 존재한다. 예컨대 △수면 영향 측정이 자가 보고에 의존했다는 점, △수면 패턴을 추적하는 장치 기반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영향’이라는 응답 항목의 정의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 △스트레스 지표가 별도로 측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수면 건강'(Sleep Health) 5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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