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부터 109세 할머니까지…"대통령 잘 뽑아야" 투표 행렬(종합)
"사전투표날 바빠서 못했다"…출근 전 시간 쪼개 방문한 시민들
"잘못 찍었다" 말에 선관위 조치…투표소 잘못 찾아 발길 돌리기도
- 박혜연 기자, 김용빈 기자, 박소영 기자, 홍수영 기자, 김종서 기자, 장광일 기자, 강교현 기자
(전국=뉴스1) 박혜연 김용빈 박소영 홍수영 김종서 장광일 강교현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이른 아침부터 전국 곳곳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줄지어 섰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 앞에는 투표소가 열리기 직전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33명이 대기했다. 용산에 10년 거주했다는 조 모 씨(34·남)는 투표소 앞에서 한 살이라는 아들을 안아 들고 웃으며 인증사진을 남겼다.
조 씨는 "어차피 투표할 건데 하루 길게 쓰고 싶어서 일찍 나왔다"며 "오후에는 가족과 공원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가 지정된 투표소로 가야 한다는 말에 발길을 돌린 시민도 있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자신의 주민등록지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4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나 여기서 투표를 못 한대"라고 말하자 남편이 짜증 섞인 말투로 "그러니까 내가 사전투표하라고 했잖아"라고 답했다. 이 여성은 "이거 미리 좀 알아보고 올 걸"이라고 투덜거리며 다시 귀가했다.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 제3투표소인 종로구보건소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것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왔다.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차림으로 온 시민들은 투표를 마치고는 "밥 먹으러 가자"며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60대 후반 홍 모 씨는 "(청와대가 나가고 나서) 작년 2월에 나도 식당을 폐업했다. 손님이 다 청와대 직원들이고 기동대 직원들이고 방문객이었는데 장사가 아예 안돼서 다들 망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남동구 문일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김지윤 양(18)은 이번이 첫 투표라고 했다. 김 양은 "6월 모의고사 전날이라 부담도 많이 됐지만, 권리를 보장해준 만큼 꼭 투표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제가 뽑은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남중학교 투표소를 찾은 고등학생 김 모 군(18)도 "처음 투표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떨리고 긴장됐다. 내 손으로 뽑는 첫 대통령인 만큼 평소보다 뉴스도 많이 보고 공약도 꼼꼼히 비교했다"고 전했다.
투표가 끝난 뒤 뛰어서 건물 밖으로 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부산 남구청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한 시민은 "직업이 경찰이라서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며 "시간이 촉박해서 달려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거제 상동초등학교 투표소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출근 전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방문한 조선소 노동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투표를 마친 뒤 곧장 개인 차량이나 통근 버스에 오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박규창 씨(49)는 "항상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오늘은 일어난 김에 투표까지 하려고 나왔다"며 "직장인에겐 서민 경제를 살려주는 대통령이 제일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남 창원 대방초등학교 투표소에는 올해 98세인 김명옥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은 채 딸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
김 어르신은 "대통령을 잘 뽑아야 나라가 부강하고 고생 안 한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좀 괜찮지만 우리나라가 잘 살려면 아직 멀었다"며 "좋은 사람이 뽑혀 나라가 더 잘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월평초등학교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친 80대 한 모 씨는 "후보자 누구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지나고 나면 본색이 나타난다"며 "다음 대통령은 부디 정직한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곳 투표소에서는 "후보를 잘못 찍었다"며 스스로 무효표가 되길 바란다는 유권자도 나타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조치하는 보기 드문 상황도 벌어졌다.
충북 청주시 흥덕고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남 모 씨(50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일이 바빠 투표를 못했는데 두고두고 후회했다"며 "이번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일 나가기 전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돌하르방이 안내하고 있는 제주시 용담1동 제1투표소를 찾은 홍환일 씨(67)는 "전 대통령도 탄핵당한 상황에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한 표를 행사했다"며 "사전투표날은 바빠 오늘 투표하게 됐는데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사람이 누구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뽑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는 2896만 8264명이다. 개표는 투표가 끝나는 오후 8시 이후 시작되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끝난 직후인 오후 8시 정각에 나올 예정이다. 당선인 윤곽은 자정쯤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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