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홀린 이스라엘 첩보…"핵과학자·공군 회담은 '루비콘강'"
이코노미스트, 소식통 인용해 美 등에 공유한 이스라엘 최신 첩보 내용 보도
"핵무기화 비밀연구조직과 공군 장성 첫 회담 파악…핵탄두와 미사일 결합 임박 의미"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태도를 바꿔 직접 공습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데 이스라엘의 최신 첩보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첩보는 두 가지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하나는 이란 과학자들이 상당량의 핵 물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가 미치지 않는 곳에 숨겨놓았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이란의 핵 과학자들이 지난해 12월 하마스가 붕괴하는 등 대외 여건이 불리해지자 핵 무기화 연구에 속도를 냈으며 최근에는 혁명수비대 공군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공습 시작에 앞서 우방국들에게 이 같은 첩보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핵 무기 제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정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 IAEA 보고서와 2018년 하버드 대학의 분석 등에 따르면, 이란은 끈질기게 핵폭탄용 우라늄 핵심부(코어) 제작, 핵심부를 내부로부터 폭발시켜 핵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폭약 설계, 구형 탄두를 샤하브-3(Shahab-3) 탄도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해왔다.
IAEA는 지난 달 31일 보고서에서 이란이 2003년 무기급 우라늄이 아닌 천연우라늄이나 감손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시뮬레이션 실험을 계획했던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이스라엘 첩보에도 이 같은 내용들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 다만 6년 전에 이란 과학자들이 모센 파크리자데 전 AMAD 프로그램 책임자의 관할 아래 '특수 진전 그룹'(Special Progress Group)이라는 비밀 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다.
이 그룹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종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승인할 경우에 대비, 무기화 과정을 훨씬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사전에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활동해 왔다. AMAD는 이란이 과거에 비밀리에 추진했다가 폐기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다.
첩보에 따르면, 특수 진전 그룹은 지난해 말 연구 개발 속도를 가속화했다. 이란은 당시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었으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방공 수단을 잃어가고 있었다. 또 산하 군사조직이나 마찬가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괴멸 직전에 있었다.
이들 과학자들은 또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공군 장성들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파악됐다. 첩보는 해당 회담이 특수 진전 그룹이 미사일 권한을 가진 군 장성들에게 그간 극비였던 연구 진전 상황을 처음으로 공유하는 자리로, 이란 핵무기 개발의 '루비콘 강'과 같은 분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해당 회담 뒤에 핵탄두와 미사일 간 결합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첩보에 담겼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관측을 기반으로 이란의 핵 무기화 저지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도래했다고 판단했지만, 모든 정보기관이 이 같은 결론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미 국방정보국(DNI)은 지난 3월에 이어 최근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냈으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CNN 등 유력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다른 정보기관들 또한 국방정보국과 같은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일부 핵 물질을 숨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날 "IAEA는 이란이 핵 무기화를 위한 체계적 시도를 밟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첩보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첩보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추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털시 개버드 국방정보국장의 발언에 "그가 뭐라고 하든 상관 없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거의 근접했다고 본다"며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자국 정보기관의 판단을 정면 반박했다.
미국 핵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이스라엘의 첩보 내용 가운데는 기존에 서방국 정보기관들이 잠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내용이 많다"며 "다만 팩트 자체는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해석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예컨대 이란이 핵무기화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스라엘 주장처럼 정말 '루비콘 강'을 넘어 위험이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alicemunro@aacca.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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