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 국민의 83%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 문제에서와는 달리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히브리대학교가 지난 15~1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83%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채널 14가 지난 16일 국민 476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1%가 이란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대응 방식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란과의 갈등으로 인해 네타냐후에 대한 의견이 바뀌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37%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네타냐후를 강하게 비판해 온 이들도 이번에는 지지 의사를 표했다. 칼럼니스트 벤 카스핏은 신문 마아리브에 "많은 사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고안된 냉소적인 움직임으로 인식하는 가자지구 전쟁과 달리 이란은 그 어떤 분쟁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적었다.

네타냐후의 대(對)이란 행보는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극우 성향이지만 2018년 네타냐후와 결별한 아비그도르 리버만 전 국방장관은 "네타냐후는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란에 대해 그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전쟁 내각에서 물러난 중도 성향의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도 CNN에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우파도 좌파도 없다"며 "옳고 그름만 있으며, 우리가 맞다"고 강조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 예시 아티드당의 메이라브 코헨 의원도 "네타냐후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번 공격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것에는 관심 없다"며 "이것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기습 공습하면서 핵무기 개발 임박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네타냐후가 이번 공격을 계기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며 비판 여론이 커진 데다 유대교도 군 징집 법안에 연정 파트너가 반대하며 네타냐후는 조기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네타냐후는 지난 2019년 사기, 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이스라엘 전문 연구원인 니찬 페렐만은 AFP통신에 "전쟁은 네타냐후에게 매우 유용하다"며 "네타냐후는 언제나 그래왔듯 이란이라는 위협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네타냐후가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건 쉬웠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끝맺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좌파 하다쉬-탈당 소속 국회의원 아이다 투마-술레이만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살해 금지'라고 말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며 "새로운 위기가 닥칠 때마다 네타냐후를 무조건 지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아마 또 1년 반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이스라엘학과 도브 왁스먼 교수도 "네타냐후는 큰 도박을 하고 있다"며 "만약 전쟁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거나 이란이 새로운 핵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전례 없는 양보를 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에서는 실패로 간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네타냐후에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스라엘 사상자가 계속 증가한다면, 이스라엘 여론은 전쟁에 등을 돌리고 네타냐후를 전쟁의 선동자로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yeseul@aacca.p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