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3심도 질 것 같지만…관세 플랜B 많아 '불확실성 지속'
항소법원 결정으로 IEEPA 발동한 관세 일시복원…원심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무역확장법 232조·무역법 122조 등 법률 다양…"트럼프, 관세전쟁 포기 않을 것"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공격이 중단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세 부과의 다른 법적 근거를 찾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워싱턴에 있는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현지시간) 연방 국제무역법원(ICT)이 전날 내린 결정의 효력에 대해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미 법무부가 항소하면서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판결의 효력 중지를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정 유예(administrative stay)'로 알려진 이번 명령은 소송 본안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을 아니며, '행정 명령'은 긴급 항소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항소심에서 원심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WSJ은 행정부의 긴급한 대응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둘러싼 법적 분쟁의 위험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항소법원은 결국 트럼프의 전면 관세를 막기 위한 무역법원의 원래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트럼프는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무역법원은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과거 이 법안을 활용했던 대통령들은 대부분 민주주의 저해와 인권 침해 등에 연루된 외국인의 자산 압류를 시도했으며, 관세 부과를 위해 이 법안을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IEEPA의 장점인 속도와 넓은 범위를 보고 이를 선택했을 것으로 봤다.
미국이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삼았다면 미국 당국의 조사 그리고 공청회 개최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항소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면서 법원이 6월 초순에 후속 일정을 잡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판사들의 일정을 토대로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이 최소 6월 중순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결국 최종심인 대법원에서까지 IEEPA 발동을 제한당한다 할지라도 그대로 관망하고 있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댄 유조 무역 전문 변호사는 로이터통신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의 재구성 등 여러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기자들에게 IEEPA를 결국 쓸 수 없게 되면,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 혹은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930년 관세법 338조나 1974년 무역법 122조 등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권한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으로 인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존재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해당 수입 조절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이를 발동해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 25%를 부과했다.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30년 관세법 338조는 미국 상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역국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했다.
이외에 1974년 무역법 122조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혹은 심각한 환율 저하 발생 시 대통령에게 일정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연장을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날 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이 상급심에서 위법이라고 판결이 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4년 무역법 122조를 적용해 임시적으로 관세를 유지하면서, 각국에 대한 개별 관세를 고안해 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의회에 대해 자신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과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
트럼프 1기에서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관세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행정부는 똑같지는 않더라도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권한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관세가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FP통신에 법원 절차는 "미국 무역 정책의 향후 방향에 대해 더 큰 모호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국경을 넘은 공급망을 탐색하는 기업들에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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