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떨어지나…美 직접개입시 벌어질 일들
트럼프, 이란 직접 공격 심각하게 고려…美 공중급유기 이동 등 포르도 타격 준비
이란의 대미 보복 강도에 따라 중동 화약고 비화…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유가 급등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미군의 직접 동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미군 개입이 실제 벌어질 경우 중동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핵심 작전 목표인 이란 핵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파괴하기 위해선 미국의 지원이 필수다. 그간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 방향으로 한 걸음 이동한 듯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트럼프가 이란 핵 시설 공격에 미군 자산을 사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CNN방송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했고, 또 다른 게시물에선 "이란은 우수한 영공 추적 시스템과 다른 방어 장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설계되고 제조된 장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군사 옵션 선택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베트남 입항 계획을 취소하고 동남아시아를 떠나 중동으로 향하고 있고, 미 공군 소속 공중 급유기 31대 이상이 유럽과 중동 방향으로 최근 출발했다는 보도도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트럼프는 정권 교체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른바 '최고 지도자'가 숨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쉬운 목표물이지만, 현재 그곳에서는 안전하다. 우리는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미군이 직접 이란 핵시설 공격에 나설 경우 이후 사태의 향방은 이란의 대응 수준에 달려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동참할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기타 군사 장비를 준비해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참전시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와 예멘 후티 반군 등 현재 힘이 남아 있는 주변의 이란의 대리 세력들도 미군이나 미 대사관에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지시한 데 이어 국무부가 중동 지역 내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대피를 돕는 중동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려는 것은 이 같은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보복 공격으로 미국인이 사망한다면 미국은 이번 전쟁에 더욱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간 트럼프는 중동에서 "끝이 없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란은 걸프 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이나 우방국의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 현재는 대체로 화해가 이뤄졌긴 하지만 이란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을 공격했다고 지목받은 바 있다. 후티 반군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목표물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엔 미군 공군 기지가 있다. 이들이 공격받으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민간 어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수도 있다. 유가 급등은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이미 삐걱거리는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부담을 크게 가중할 수 있다.
앞서 이란 국영 IRINN 방송은 지난 14일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 소속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과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오만, UAE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전략적 요충지다. 가장 좁은 폭이 33㎞에 불과할 정도로 비좁지만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스라엘의 핵심 목표로 설정된 포르도 핵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완전히 파괴되지 않으면 이란은 그간의 자제 입장을 버리고 총력으로 핵무기 생산으로 달려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포르도 이외에 다른 곳들에 분산 보관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트럼프가 아직 기대를 걸고 있는 핵 협상 기회는 완전히 날아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400kg 이상을 보유 중이다.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군 중부사령관은 지난 10일 "현재 비축하고 있는 우라늄과 여러 농축 시설에서 가동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감안하면 약 일주일 내 25kg의 무기급 물질을 생산 가능하고, 3주 이내에 최대 10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 16일, 이란 의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추진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금까지 러시아와 중국 반응은 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의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고 미군이 직접 뛰어들면 이 지역은 강대국 대치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포르도 핵시설은 북부 산악지역의 80~110m 지하에 자리잡고 있어 재래식 폭격으로는 파괴하기 어렵기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특수 무기인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과 이를 투하할 B-2 전략폭격기가 필요하다.
미국은 현재까지는 이스라엘의 작전에 적극 참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 CBS뉴스는 이란이 반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스라엘이 이를 요격하는 데 미국이 도움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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