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거리는 최루탄 연기로 자욱합니다. 가로수와 차는 불길에 타오르고 있는데요. 연방 요원들은 방독면 쓰고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습니다. 매운 최루탄 연기에 남성은 얼굴에 우유를 붓습니다.

시위대는 멕시코 국기를 들고 ‘ICE(이민세관단속국)는 LA에서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칩니다. 사람들이 차량을 향해 돌을 던지고 폭죽도 터뜨리면서 시위는 한층 더 격렬해지는 모습입니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자 단속을 둘러싼 충돌에 대응하기 위해 주방위군 2천명의 투입을 명령했습니다. 트럼프는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시위나 폭력 행위는 ‘반란의 형태’로 간주하겠다고 엄포했습니다.

첫 시위는 6일 오후 이민세관단속국(ICE)이 LA 시내 곳곳에서 40명 이상의 이민자를 체포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ICE 요원 간 충돌이 발생했고, 연방 요원들은 수 분 간격으로 섬광탄, 최루탄, 고무탄을 사용해 강제 해산에 나섰는데요.

충돌이 이틀째 잦아들지 않자 트럼프는 SNS에 “폭동과 약탈범들은 제대로 다스려질 것이다”라며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주방위군 병력은 즉시 동원되며 만약 폭력 사태가 지속된다면 해병대까지 동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요. 이어 “해병대는 캘리포니아 남부 펜들턴 기지에서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자국민을 상대로 해병대를 동원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어 뉴섬은 “트럼프는 법 집행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볼 만한 광경’을 원하기 때문에 주방위군을 보낸다”며 시위대에게 “이런 쇼에 응하지 마라”고 호소했습니다.

트럼프는 계엄법(Insurrection Act)은 발동하지 않은 상태인데요. 미국 계엄법은 대통령에게 유사시 연방군을 직접 투입할 권한이 부여되며 마지막 발동 사례는 1992년 LA 폭동 당시였습니다.

대신 트럼프는 연방법 ‘타이틀 10’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이 조항에는 “미국 정부에 대한 반란 또는 반란의 위험이 있을 경우 대통령이 각 주의 방위군을 연방 복무에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죠.

트럼프는 재임 시작과 동시에 불법 이민 강경 대응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왔습니다. 특히 ICE에는 매일 수천 명의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죠. 하지만 해당 단속은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사람까지 추방해 논란을 불러왔고 법적 다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