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인 '인천 아이(i)바다패스'가 섬 관광 활성화에는 효과를 보였지만 정작 섬 주민들의 이동권은 위협받고 있다. 값싼 뱃삯으로 관광객 유입은 늘었지만 노쇼와 중복 예약, 터미널 시설 포화로 주민들은 일상적인 이동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아이(i)바다패스는 인천시민에게 인천 섬 어디든 1500원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타 지역민에게도 여객선 요금을 70% 할인해 주는 제도다.

시행 이후 이용객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인천 시민과 타 시도민을 포함한 이용객 수는 9만 438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특히 백령도를 찾은 인천 시민은 7477명으로 전년 대비 37%, 타 시도민은 2749명으로 38% 늘었다.

그러나 이용률 증가의 그늘도 짙어졌다. 노쇼와 중복 예약이 늘면서 빈자리가 있음에도 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백령도 주민 A 씨는 "배는 있는데 예매가 끝나 병원 예약을 언제 할지 모르겠다"며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주민 B 씨는 "뱃삯이 싸지자 섬을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2~3시간 머물다 떠나는 이들이 많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마치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려는 노인들이 지하철 무료 승차를 이용해 공항까지 다녀오는 것과 같다는 말도 나온다.

해경 대원들조차 교대 근무를 위해 승선권을 확보하지 못해 근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 악화로 여객선 운항이 취소되면, 다음 날 표는 순식간에 매진돼 교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일도 반복된다.

기존 연안여객터미널과 부두는 이미 포화 상태다. 주차 공간은 부족하고, 대합실은 혼잡하다. 여객선 대형화와 함께 이용객 수가 증가하면서 시설 확충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수 시간에 걸친 항해 탓에 배 안 화장실 앞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이 다반사다.

옹진군은 고려고속훼리와 협의해 군민 전용 매표 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주민 우선 예약제 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값싼 요금이 예약 취소를 부추겼는지, 온라인 예매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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