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국내 주요 건설사 9곳이 국내외 시공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도 받지 못한 미수금이 올해 1분기 기준 18조 원을 넘어섰다.

수주 확대에 따른 일시적 증가 요인도 있지만, 장기화되는 건설 경기 침체와 주택 시장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수금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주요 건설사 9곳의 공사 미수금, 매출채권 등 미수금 규모는 약 18조 5225억 원으로 집계된다.

국내 건설사 중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현대건설(000720)로 약 5조 67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약 5조 3820억 원) 대비 5.4%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분양 미수금이 약 2568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2% 감소했으나, 공사 미수금은 5조 4162억 원으로 6.4% 증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 미수금 증가는 최근 3년간 급격히 증가한 매출에 따른 증가분"이라며 "현재 공사 미수금은 매출액 대비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택 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공사 미수금은 입주가 진행되면서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주요 건설사들의 미수금은 대체로 증가세다. DL이앤씨(375500)의 공사 미수금은 27% 증가한 약 3649억 원이었다. 롯데건설과 GS건설(006360)의 공사 미수금은 1조 9870억 원·2조 5434억 원으로, 각각 2.8%·4.3%씩 증가했다.

반면 일부 건설사는 미수금을 줄였다. 삼성물산(028260)의 공사 미수금은 약 2조 611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6%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 미수금은 3.1% 감소한 1조 5423억 원,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분양·공사 미수금은 14% 줄어든 약 6751억 원이다.

대우건설(047040)은 공사·분양 미수금을 포함한 매출채권 규모가 2조 7457억 원으로, 2024년 말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SK에코플랜트(003340) 공사 미수금(약 3801억 원)은 지난해 연말보다 16% 줄었다.

업계에서는 수주하는 사업이 증가하면, 미수금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현장의 경우 착공 이후 공정률에 따라 미수금이 먼저 잡히고, 이후 분양이 진행되며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미수금이 정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건설 경기 회복 지연과 지방 미분양 확대다. 특히 분양이 지지부진한 지역에선 미수금 회수가 늦어지고, 그 여파가 중소 건설사와 협력업체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자체 사업력과 신용도로 당장 재무 위험은 크지 않지만, 미수금이 누적되면 현금흐름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중소 협력사에 대한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 등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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