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 만드네" 몰카 잡아뗀 중년男…피해자가 뒤쫓아 증거 잡았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불법 촬영범을 직접 쫓아가 잡은 피해 여성이 대처법을 공유했다.
불법 촬영 피해 여성 A 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도촬범 직접 쫓아가서 잡았다. 빠르게 현장 검거했던 방법 공유하니 몰카 당했을 때 도움 되길 바란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그 내용을 전했다.
먼저 A 씨는 "첫 작업실 계약 후 기분 좋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났다. 처음엔 '누가 뭐 찍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소리가 가까워졌고, 뒤 도는 순간 1~2m 뒤에 있던 중년 남성이 핸드폰을 배꼽 위치에 두고 가로로 든 채 제 뒷모습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간 무섭고 놀라서 얼어붙었는데 그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간신히 정신 차리고 뛰어가서 남자를 불러 세웠다. 뒷모습을 몰래 찍은 걸 확실히 인지한 후 쫓아갔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A 씨가 "저기요, 방금 저 찍으신 거냐? 뒤에서 찰칵 소리가 났다. 아니라면 사과할 테니 핸드폰 좀 볼 수 있냐?"고 말했다. 그러자 남성은 안 찍었다고 완강히 부인하면서 "왜 사람 이상하게 만드냐?"고 신경질 냈다.
A 씨가 재차 "배꼽 위에 핸드폰 두고 제 뒷모습 찍으셨잖아요"라고 따지자, 남성은 "뭔 소리 하시는 거냐? 지금 배 아파서 배 만졌다"며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르며 도망쳤다.
남성의 이 같은 반응에 A 씨는 불법 촬영이 맞다고 확신해 남성을 뒤쫓으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남성이 자기 차를 주차해 둔 주차장으로 가자, A 씨는 주변에 담배를 피우던 분들께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 시민들의 협조로 남성을 붙잡아둘 수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의 핸드폰에는 A 씨의 뒷모습이 여러 장 찍혀 있었다. 남성은 A 씨를 50m가량 따라가면서 뒷모습을 계속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빠른 검거가 가능했던 대처법은 의심될 때 침착하고 정중하게 핸드폰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사진을 삭제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게 핸드폰 조작도 못하게 해야 한다. 몰카 확신이 있다면 기죽지 말아라"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상한 일을 감지했을 땐 즉시 영상을 촬영하거나 녹음해라. 현장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동영상을 찍어둔 덕분에 경찰한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었다"면서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라. 큰 소리로 외쳐야 사람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도와줄 수 있다. 저도 이번에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저는 남성이 도주하자마자 경찰과 통화하며 위치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그래서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며 "추후 경찰 확인 결과 남성의 핸드폰에는 다른 여성들의 사진도 다수 존재했다"고 분노했다.
끝으로 A 씨는 "전 긴팔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노출은 전혀 없었다. 피해는 옷차림과 무관하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면서 "'티셔츠에 청바지 찍힌 걸로 유난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몰카 범죄는 이런 작은 촬영에서 시작된다. 피해자가 강하게 목소리 내야 제2, 제3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 씨는 몰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과 조롱, 사이버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여자가 지목만 해도 남자 인생 망친다'는 식의 반응은 사실관계를 무시한 2차 가해다. 억울한 무고 피해자도 보호받아야 하지만 명백한 피해자도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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