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입던 나, 왜 누워있어?" 80대 몰던 차에 치인 예비신부, 휠체어 신세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결혼을 불과 넉 달 앞둔 예비 신부가 드레스를 고르던 날 80대 고령 운전자로부터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냉면집에서 80대 여성 운전자 B 씨가 몰던 승용차에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지난 12일 오후 1시 10분쯤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사거리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B 씨가 운전하던 그랜저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인도를 넘어 냉면집으로 돌진했다. 식당 안팎은 아수라장이 됐고, B 씨는 주차된 다른 차를 들이받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이 사고로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그중엔 올가을인 10월 18일 결혼을 앞둔 A 씨도 있었다. 이날 A 씨는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 화장실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특히 사고 당일은 A 씨와 예비 신랑은 예복과 드레스를 고르는 날이었다고. 예비 신랑은 "토요일에는 양가 상견례도 예정돼 있었다"라며 "A 씨 휴대전화 마지막 화면은 웨딩드레스 사진을 SNS에 올리려던 장면이었다"라고 눈물을 쏟았다.
A 씨의 예비 신랑은 "A 씨가 전화를 안 받길래 옆 사람한테 물어보고 식당 뒤쪽으로 나가 보니까 쓰러져 있는 여자 다리가 있었다. 뛰어갔더니 A 씨가 정신 잃고 눈 뜬 채로 기절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예비 신랑은 쓰러진 A 씨 곁을 지켰다. A 씨가 "웨딩드레스 입고 있었는데 나 왜 누워있어?", "바닥이 너무 뜨거워"라고 말하자, 예비 신랑은 "아무 일 아냐. 웨딩스레스, 두 번째로 입은 게 제일 예뻤어. 곧 시원해질 거야"라며 정신을 잃지 않게 계속 말을 건넸다.
결국 A 씨는 뇌출혈과 고관절·골반 골절 등으로 수술받았으나 최소 1~2년 동안은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됐다. 심지어 골반이 골절된 탓 향후 2년간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비 신랑은 "10월 결혼은 어렵게 됐다. 환불도 안 된다더라. 저는 현재 운영 중인 회사의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A 씨 간병에 전념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지나가는 차만 봐도 겁을 먹고 운다. 가해자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가해 운전자 B 씨는 부상을 입지 않았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예비 신랑은 "할머니가 운전석에서 '어떡해' 이러고 있는 걸 (식당) 직원 중 한 명이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나오라고!' 해서 꺼냈다. 그때 '발 떼어요! 나와요!' 이런 얘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예비 신랑은 "할머니가 차에 타고 있을 때는 바퀴가 허공에서 돌아가고 있었는데, 내리니까 바퀴가 멈췄다. 급발진이라고 우기시겠지만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힘들다"며 운전 미숙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사 사건(중상해)으로 진행되는 기준이 까다로워 걱정된다. 최근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가 빈번해 도시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규제가 생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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